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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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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오면 겨우내 묵혀두었던 굳어진 감정들이 폭신해진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감성, 설렘, 그리움 등 온갖 다양한 이름으로 찾아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오랜만에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니 그곳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달라진 건 따사로워진 햇살 때문이거나 내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이번 겨울 갑작스러운 한파로 몇 년 동안 키우던 화초 3개가 얼거나 말라서 죽어버렸다. 빈 화분에도, 화단에도 더 예쁜 식물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꽃집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산 것은 덴드롱이라는 꽃인데 순백의 신부처럼 새하얀 꽃잎 속에 끼를 부리듯 새빨간 속 꽃이 피어 더없이 화려한 꽃이다.

점심을 굶고 기대하며 원조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저렴한 가격에 시골에서나 먹을 수 있는 깊고 우직한 맛 때문에 사람들이 줄을 서 먹는 곳이다. 얼큰한 국물까지 마시고 나니 부러울 것이 없다.

이제 볼일은 다 끝난 것 같다.
마음은 이미 다 채워졌는데 하나둘 욕심을 내다보니 온 가족 양손에 봉지가 주렁주렁이다. 이제 총각김치와 고들빼기김치까지 담그면 봄맞이는 그런대로 시작한 것 같다. 흐드러지게 꽃이 피기 시작하면 다시 봄맞이를 본격적으로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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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