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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하라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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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처음 잡은 지 올해로 15년.
차를 쌩쌩 몰고 다니는 게 내 작은 꿈 중 하나였다.
아버지 덕분에 대학을 갓 입학하자마자 오랜 꿈을 이룬 셈이다.
크고 작은 실수도 하며 몸소 배운 운전은 지금껏 유용하다.
그중 장롱 면허였던 남편에게 운전을 가르쳐 준 게 가장 뿌듯한 일이다.


결혼하고 나서 운전을 배운 남편은 이젠 곧잘 한다.
남편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며 많이 했던 말이 있다.
그건 내가 운전을 배우며 아버지에게서 많이 듣던 말이다.


“쉽게 해라. 뭐든 쉽게 쉽게 생각해라.”


내가 생초보일 때, 어려웠던 건 역시 주차였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쉽게 생각하고 하라고 가르쳐주셨다.
자꾸만 좁은 데를 비집고 옆 차에 닿을 듯 말 듯 앞뒤로 왔다 갔다,
진땀빼며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던 내게 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나도 남편이 긴장하며 주차장에서 헤맬 때마다,
쉽게 생각하고 각을 크게 잡고 돌리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며 이미 뒷바퀴는 옆 차선을 훌쩍 넘은 것도 모른 채,
꼭 그 주차선 안에 주차하려 애쓰던 내가 떠오른다.
더 넓고 쉽게 주차할 데가 있는데도 말이다.
운전이 미숙한 것도 있겠지만 쉬운 방법으로 할 생각을 못 한 거다.
쉽게 생각하고 자꾸 하다 보면 어느새 주차 달인이 될 텐데
그렇게 마음만 조급했다.


무슨 일이든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되고, 할 것도 못 하게 된다.
쉽게 생각하고 부딪혀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의외로 많다.
이젠 괜히 어렵게 생각하고 겁먹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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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8/10/01